새시집 "슬픔의 뿌리" 출간.

| 2002.11.18 18:44 | 조회 4139
교사 시인 도종환(48)씨의 새 시집 <슬픔의 뿌리>가 실천문학사에서 나왔다.

“이 세상이 쓸쓸하여 들판에 꽃이 핍니다/하늘도 허전하여 허공에 새들을 날립니다/이 세상이 쓸쓸하여 사랑하는 이의/이름을 유리창에 썼다간 지우고/허전하고 허전하여 뜰에 나와 노래를 부릅니다”(<쓸쓸한 세상>)

시집의 첫머리에 놓인 시에서 시인이 세상을 쓸쓸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은 이채롭다. 시인은 그 동안 교사이자 교육운동가, 지역의 문화운동가로서 그 누구보다 활동적이며 성실하게 살아왔다. 전교조 활동과 관련한 옥고와 해직의 아픔도 그의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그런 그가 `쓸쓸함’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에서만이 아니라, 시집 도처에서 시인은 쓸쓸함과 슬픔, 외로움에 자신을 내맡기고 있다.

“할 수만 있다면 한적한 강 마을로 돌아가/외로워서 여유롭고 평화로워서 쓸쓸한 집 한 채 짓고/맑고 때묻지 않은 청년으로 돌아가고 싶다”(<그리운 강>)

그는 이제 싸움을 접은 것일까. 지치고 좌절하여 이제 그만 쉬고 싶은 것일까. 쉬면서, `휴전’의 대가로 주어진 안온한 일상과 소소한 행복에 안주하려는 것일까.

아니다. 그는 싸움을 접은 것이 아니다. 다만 싸움의 방식을, 싸우는 태도를 바꾸려는 것일 뿐. 이제 그는 거창한 목표와 큰 목청 대신 작고 소박한 목표와 낮은 목소리를 택한다. “가없이 넓고 크고 자유로운 세계에 대한 꿈을/버린 것은 아니지만 작고 따뜻한 물소리에서/다시 출발해야 할 것 같다”(<그리운 강>)고 그는 말한다.

“뜨겁던 날들은 다시 오지 않겠지만/거기서부터 또 시작해야 할 사랑이 있다”(<저녁 무렵>)고 그가 쓸 때, 그 사랑은 싸움과 동의어가 된다. “사랑이라고 말했지 그러나/괴로움이었어”(<풀잎 한 촉>)라는 시를 보면 그 사랑은 또 괴로움과 통하는 것이기도 하다. 결국 그가 말하는 사랑은 적극적인 의지와 그에 기반한 실천, 거기서 초래되는 희생과 고통을 두루 포함하는 것이다. 사랑의 대가로 지불해야 하는 고통과 슬픔이 크고 깊을 때 그는 자신을 향해 “쓰러져, 쓰러져, 견딜 수 없을 때는”(<풀잎 한 촉>)이라고 주문한다. 그렇다고 해서 사랑을 영영 포기하라는 뜻은 아니다. 시인이 쓰러짐과 절망을 말한다면 그것은 현실에의 냉정한 직시를 통한 새로운 일어섬과 희망을 위해서이지 다른 뜻은 아니다. “우리가 길을 잃었어도 길은 반드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꺼버린 불>)이라 믿을 정도로 그는 확고한 낙관주의자이기도 하다.

도종환씨의 시들은 말을 억누르거나 깎아 없애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도록 내버려 두는 가운데 태어난다. 까다로운 시적 장치나 인위적인 언어의 조탁은 그의 몫이 아니다. 그는 단어와 구절, 문장의 대비와 반복을 즐겨 구사하는데, 그의 시들이 일견 산문처럼 풀어져 보이면서도 리드미컬한 음악성을 유지하는 것은 그에 말미암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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