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산방일기 '너 없이 어찌 내게 향기 있으랴'

홈지기 | 2012.07.24 09:46 | 조회 3992

 

 

"뜨거운 국물에 입천장을 데어 가며 입천장 허물이 하얗게 벗겨지는 걸 느껴 가며 빠른 속도로 우동 한 그릇을 다 비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생각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먹을 수 있는 만큼 먹자.' '시간이 허락하는 만큼만 먹자.' '다 못 먹을 수도 있다.' '그러면 거기까지가 내가 오늘 허락받은 양식이라고 생각하자.'"

 

국회의원이 됐다는 이유로 내년 중학교 교과서에서 자신의 시를 삭제당할 뻔했던 시인 도종환 의원(58·민주통합당)의 신작 에세이집 '너 없이 어찌 내게 향기 있으랴'가 출간됐다.

 

월간 '좋은 생각'에 연재한 '도종환의 산방일기'를 책으로 엮었다. 산방에 머물며 자연과 함께한 시간들, 일상에서 느끼는 사소하면서도 진솔한 감정들, 치열한 자기 탐구의 시간들, 그러한 것들을 감정의 과잉 없이 담백한 언어로 담담하게 펼쳐냈다.

 

"매화는 화려한 꽃이 아닙니다. 작고 조촐한 꽃입니다. 매화는 진하고 뜨거운 꽃이 아니라 차고 맑은 꽃입니다. 다섯 장의 작은 꽃잎이 모여 만든 소박하고 동그란 얼굴은 말수가 적고 겸손한 사람의 얼굴입니다. 도시의 세련된 여인을 떠올리기보다 시골이 고향인 순박한 여인의 얼굴을 생각하게 합니다. 이론에 밝은 학자의 모습이라기보다 가난하고 진실한 선비의 모습이 겹쳐집니다."

 

그 담담함 속에는 그러나 내적으로 뜨거운 기운이 흐르고 있어, 처음에 받은 서늘한 느낌이 점차 뜨거움 속에 용해돼 가는 드문 경험을 하게 된다.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작은 모임도 특별히 잘난 데 없고 평범해 보이는 이들이 그 모임을 지킵니다. 그런 이들이 단체를 더 잘 이끌고 책임감도 강합니다. 세상도 산천도 다 그런 이들이 있어 유지됩니다. 못난 나무들이 산을 지키고 있어서 그 안에 고라니, 산토끼, 다람쥐, 온갖 짐승들이 깃들어 살고 새들도 제 이름을 부르며 웁니다."

 

도씨가 추구하는 것들은 여린 것, 못난 것, 부드러운 것, 적막한 것들이다. 동시에 나무가 나무를 만나 숲을 이루듯 담쟁이 잎이 함께 담을 건너가듯 연대의 소중함과 가치, 세상살이에 대한 희망을 건져낸다.

 

이런 부분들이 녹아들어간 산문 70여편은 연대가 이념이나 당위성이 아닌 세상살이의 고단함 속에서도 지켜나가야 할 가치이자 희망이라고 전한다.

 

도씨는 "내게 퇴휴(退休)의 시간이 없었다면 뻐꾸기 소리를 들으며 혼자 기뻐하는 시간도 없었을 것"이라며 "이 책에 실려 있는 글도 숲과 대지와 하늘과 들꽃에게 들은 이야기들이 대부분입니다. 퇴휴(退休)의 시간 동안 무상으로 받은 것들을 여러분께 돌려드린다"고 전했다. 296쪽, 1만3800원, 문학의문학

 

[2012. 7. 24 뉴시스 이재훈 기자]

167개(1/17페이지)
기사 클리핑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167 시와소금/ 2015년 봄호 사진 관리자 3422 2015.03.18 22:26
166 등단 30주년 도종환 시인에게 후배 문인들 시선집 선물 사진 홈지기 1674 2014.11.12 12:56
165 신석정문학상 수상 도종환 시인 “국회서도 문학 놓지 않아” 홈지기 1721 2014.10.30 11:12
164 문화예술인들, 베트남 어린이돕기 '시노래 콘서트' 사진 홈지기 3328 2013.11.28 13:34
163 호아빈초등학교 도서관 건립 기금 마련 시노래 콘서트 개최 홈지기 2839 2013.11.15 09:47
162 세상 모든 생명을 품고 부르는 노래 <도종환 시인의 자장가> 사진 홈지기 3851 2012.12.21 18:27
161 [인터뷰]도종환 의원 "홍명희문학제 고향서 열려야" 사진 홈지기 3617 2012.11.04 21:39
160 도종환 시인의 산방 일기, 꽃과 풀들이 전하는 얘기 사진 홈지기 4030 2012.08.06 16:31
>> 도종환 산방일기 '너 없이 어찌 내게 향기 있으랴' 사진 홈지기 3993 2012.07.24 09:46
158 도종환 시인이 자연에서 들은 이야기 사진 홈지기 3703 2012.07.24 0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