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불, 바람, 물, 흙

| 2004.03.14 18:01 | 조회 4735
사랑의 불, 바람, 물, 흙 살구나무 꽃망울이 처음 나뭇가지를 뚫고 올라올 때는 붉은 빛을 띈다. 박태기나무 꽃망울도 검붉은 빛이고 장미의 새순도 붉은 색깔이다. 꽃망울이나 새순만 그런게 아니라 복숭아나무 같은 것은 가지 끝이 온통 붉은 빛으로 바뀐다. 나는 겨우내 참고 참아온 나무의 열정과 설레임,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는 뜨거운 기다림의 마음이 나무를 그렇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꽃나무의 내부에 들어 있는 생장의 시계가 이제는 때가 되었다, 이제는 나뭇가지를 뚫고 나가 꽃을 피울 때가 되었다고 판단하면서 열정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사람도 살면서 몸 속에 들어있는 사랑의 시계를 통해 사랑할 때인지 아닌지를 느낌으로 안다. 마음이 복숭아나무 가지 끝처럼 온통 붉게 달아오를 때가 있다. 상대방에게 깊이 빠지게 되고 상대방을 통해 활력을 찾고 뜨거운 상태로 발전한다. 사랑의 불이 붙는 것이다. 일단 사랑의 불이 붙으면 색깔과 향기가 달라진다. 화려한 빛이나 상대방의 눈길을 끌 수 있는 빛으로 몸을 바꾸기 시작한다. 상대방 앞에 아름다운 모습으로 서 있으려 하고 사랑의 향기가 상대방에게 전달되기를 바라며 상대방 주위를 맴돈다. 두 사람 사이가 공기처럼 가볍고 기분이 산뜻하고 가벼우며 발랄한 상태로 바뀐다. 서로의 기분상태와 느낌을 공기 속에 흘려 보낸다. 사랑의 바람이 부는 것이다. 이 바람은 불길을 더욱 세차게 타오르게도 하고 서로를 태우기도 한다. 그러다 한순간에 태풍과 회오리바람을 동반하기도 하고 다시 훈풍으로 바뀌기도 한다. 그러나 서로 좋은 관계는 두 사람의 사랑이 물처럼 스밀 때이다. 서로의 목마름을 채워주고 지친 자를 일으키며 자양분을 공급하고 서로의 대지를 윤택하게 하는 사랑의 물로 만날 때 사랑은 두 사람을 서로 성장하게 한다. 내가 가진 것을 상대에게 끝없이 흘려보내며 기뻐하는 사랑, 인내하고 이해하고 양보하고 용서하고 베푸는 사랑, 그러면서도 늘 새로이 샘솟는 사랑, 물 같은 사랑의 단계이다. 서로를 살리는 사랑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사랑의 결실이 주어진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흙과 토양이 되어 주기 때문이다. 서로를 튼튼하게 설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이 되어주고 열매가 열릴 수 있도록 품어준다. 기쁨과 배려와 소통과 위안이 있는 사랑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나는 지금 사랑하는 사람의 무엇으로 있을까. 그에게 물이 되어 스미고 있는 걸까. 아니면 활활 태우고 있을까. 샛바람이 되어 사랑한다던 이를 견딜 수 없이 흔들고 있을까. 상대방이 성장할 수 있도록 흙과 토양이 되어 주고 있을까. 나는 그에게 그는 나에게 불일까, 바람일까, 물일까, 흙일까. 잠시 일손을 멈추고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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