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가르침

홈지기 | 2012.08.06 16:56 | 조회 3618

내게 깊은 깨달음을 준 글들은 어렵지 않고 복잡하지 않았다. 쉬운 몇 마디 말로 사람과 사랑을 대하는 태도를 일러주었고 간단한 비유만으로 인생의 길을 가르쳐 주었다.

 

“너희가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들만 사랑한다면 무슨 상을 받겠느냐? 세리들도 그만큼은 하지 않느냐.”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지 않는 사람은 내 사람이 될 자격이 없다.” 이런 마태오 복음의 말씀은 쉽고 분명하게 우리를 가르치는 말씀이었다.

 

“세상살이에 곤란 없기를 바라지 마라. 세상살이에 곤란이 없으면 업신여기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생기기 쉽나니 성인이 말씀하시되 근심과 곤란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라 하셨나니라.” ‘보왕삼매론’에 나오는 이런 말들은 평이하지만 그 안에 얼마나 큰 뜻이 들어 있는가. 나는 이 글을 책상 위에 두고 물 마시는 것보다 더 자주 바라본다.

 

나를 울린 노래들은 숭고하거나 귀족적인 노래가 아니었다. 내가 사랑을 잃고 괴로워할 때 “천사의 말을 하는 사람도 사랑 없으면 소용이 없고 / 심오한 진리 깨달은 자도 울리는 징과 같네.” 이런 ‘사랑의 송가’는 미사시간 내내 소리 없이 나를 울게 했다. 지나간 팔십 년대 그 어둡고 잔혹하던 시절 죄 없이 끌려가고 옥에 갇히거나 매를 맞거나 죽어갈 때 “불의가 세상을 덮쳐도~" 같은 사실적이고 평이한 성가 한 구절이 내게 얼마나 큰 용기를 주었는지 모른다. 우리의 마음을 깃발처럼 나부끼게 하던 노래, 이 그늘진 땅에 햇볕 한 줌 되게 하던 노래,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고 우리를 다독이던 노래도 다 알기 쉬운 말로 만들어져 있었다.

 

지적인 오만함과 우월감 그리고 자만심에 찬 삼십 대 초반의 내 마음을 바로잡아 준 사람들은 학자와 교수와 지식인들이 아니었다. 내 이웃의 할머니 아주머니들이었다. 병들어 아파하는 이웃의 고통을 외면하지 못하고 달려와 날바닥에 무릎을 꿇고 간절히 기도하는 뒷모습을 바라보다 나는 내 이웃을 위해 저렇게 기도하는 마음으로 시를 썼던가 반성하며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이 세상엔 비굴하지 않으면서도 겸손하고 나약하지 않으면서도 온유한 삶의 자세가 있음을 배웠다.

 

“깨달음이란 무엇인가 모르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아는 것 그것이 참된 깨달음이다.”

이현주 목사님은 그렇게 말했다. 이미 불경에 나와 있는 것 이상의 것을 더 알겠다고 욕심부리지 말고 예수님의 가르침 그 이상의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애쓰지 말고 알고 있는 것을 바르게 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쉽고 간단하게 말씀해 주신 가르침을 우리가 다만 어렵게 어렵게 깨우치며 힘겹게 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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