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

홈지기 | 2011.11.29 12:00 | 조회 3777

 기온이 뚝 떨어졌습니다. 뒤뜰의 산벚나무는 벌써 잎을 다 내려놓았고 귀뚜라미 울음소리도 한결 겸허해졌습니다. 겨울 지낼 준비를 하느라 바쁘게 숲을 누비고다니던 다람쥐가 바위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르고 있습니다.


 덩치가 큰 짐승들은 걱정이 더 클 겁니다. 늑대가 인간과 척을 지고 사는 이유도 먹이를 찾기 어려워지는 계절이 오면 마을까지 내려와 가축들을 노리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늑대를 좋은 이미지로 묘사한 동화나 책은 찾기 어렵습니다. 속담과 일상어 속에도 늑대는 나쁜 상징으로 사용됩니다.


 그런데 늑대무리 중에서도 우두머리 늑대는 가장 헌신적이고 존경받으며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화합할 줄 아는 지도력을 갖추고 있다 합니다. 알파짐승이라 불리는 우두머리 늑대는 먹잇감을 찾기 위해 혼자 며칠씩 굶은 채 다른 짐승의 냄새를 찾아다닙니다. 먹잇감의 흔적을 며칠 만에 발견하는 경우도 있지만 허탕을 치는 때도 많습니다. 몇 번씩 허탕을 쳐서 동굴에서 기다리던 무리들이 굶주림과 분노를 참을 수 없어 하는 때도 있는데, 그런 곤란한 경우에는 먼저 울어서 정서적으로 다른 늑대를 함께 울리고, 허기가 심해지면서 더 예민해진 후각으로 다시 먹잇감을 찾아 나선답니다. 그러다 노루나 사슴의 흔적을 발견하면 소리를 질러 동료들을 부릅니다. 동료들은 덜 고생하게 하고 혼자 힘든 일을 해내는 거지요. 이 소리를 듣고 늑대들이 달려옵니다. 밤에 들리는 이런 소리를 사람들은 싫어할 수밖에 없었던 거지요.


 사냥을 시작하면 냄새 추적반, 위험 감지반, 선발대, 킬러, 친위대로 나뉘어져 함께 움직이고 함께 배고픔을 해결합니다. 먹이나 공동생활에 대한 규율을 어기는 늑대에게 벌을 주는 늑대는 서열 2위의 베타동물인 늑대인데 악역을 맡은 베타늑대는 우두머리인 알파늑대와 친하지만 결코 우두머리는 되지 못한다고 합니다. 새로운 리더는 가장 신뢰할만하고 헌신적인 젊은 늑대 중에서 뽑힌답니다.

 
 우리가 싫어하는 동물인 늑대도 저희끼리는 규율도 있고 질서도 있으며 주어진 자연 환경 속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하루하루 살아갑니다. 포악하고 잔인하고 교활하게 사는 것 같아도 속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사는 일은 만만한 게 아닙니다. 늑대라면 본 적도 없이 미워하지만 이 세상 어떤 것이든 무조건 미워할 것만도 아닙니다.

 

 

-2010.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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