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기러기의 사랑

홈지기 | 2011.11.29 12:01 | 조회 3865

 올해 들어 가장 춥다는 아침입니다. 작은 산새 한마리가 목련나무 찬 가지에 날아와 앉아 두리번거립니다. 해가 뜨기 전까지 저 새는 어디서 추위를 견디며 밤을 보냈을까요? 이렇게 추운 날 겨우 구한 먹을 것을 입에 물고 누구에게로 날아가는 걸까요? 새들도 제 마음에 드는 새를 찾아가 좋아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은데 잘 되지 않아 애가 탈까요? 제 주위를 맴도는 수컷들 중에 마음에 드는 새가 있는데도 모른 척 하고 딴 짓을 하는 새침떼기 여자가 있을까요? 너 못 보니 나 가슴이 터질 것 같아 하고 나무둥치를 땅땅 치는 젊은 새가 있을까요?


 독일의 브라운슈바이크 조류보호지로 들어온 회색기러기 한 쌍이 있었습니다. 조류연구가들은 이 기러기 가족을 정착시킬 계획으로 암기러기 오른쪽 날개깃을 잘랐습니다. 날개가 잘려 암기러기가 따뜻한 지중해로 갈 수 없게 되자 수기러기도 암기러기 옆에 남았습니다. 그런데 1월이 되면서 그만 연못이 얼어붙을 정도로 날이 추워졌습니다. 조류연구가들은 기러기들이 얼어 죽지 않도록 기러기를 잡아 우리로 옮겼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자기들을 죽이려는 것으로 안 수기러기는 겁에 질려 도망을 쳤습니다.


 그러나 며칠 후 수기러기는 다시 그 호수 근처에 나타나 큰 소리로 암기러기를 찾았습니다. 사흘에 한 번 꼴로 나타나 울면서 찬바람 부는 호수 위를 날아다녔습니다. 2월이 될 때까지 수기러기는 사방 백 킬로미터 이내의 모든 호수와 강과 연못, 작은 도랑까지 찾아 헤매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 손에 죽었을지도 모르는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날개가 잘려 날지도 못하는 제 짝이 차가운 호수 어딘가를 헤매고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며, 이 물가 저 호수를 찾아다니며 울었습니다.


 정착 계획이 실패했다고 판단한 조류연구가들이 2월 어느 날 25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호수에 암기러기를 풀어주었습니다. 이틀 후 수기러기는 암기러기를 찾았습니다. 수기러기가 목이 쉰 소리를 지르며 물 위를 돌자 암기러기가 즉각 트럼펫 같은 소리를 냈습니다. 그러자 수기러기가 가파른 커브를 돌며 추락하듯 물 위로 내리 꽂혔습니다. 그리곤 두 마리가 가슴과 가슴을 맞댄 채 3미터 높이로 날아올랐다가 물속으로 떨어지며 서로 부둥켜안고 오랫동안 트럼펫 소리를 내며 울고 소리치는 모습을 곁에 있던 사람들은 보았습니다. 새들도 그렇게 사랑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2011.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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